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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한국 사회는 청소년들이 살아가기에 참 힘든 구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알지 못한 채 남들이 다 가니까 정확히 어떤 것을 배우는 지도 모르면서 적당한 곳으로 선택해서 들어가는 대학, 그리고 어떤 대학을 갈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간다고 하니까 무작정 공부를 해야하는 학생들, 점점 더 빨라지는 조기 교육과 비싼 사교육비. 너무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중에 『송곳』이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그 원작 만화의 작가인 최규석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다. 만화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얼마 전 독서 모임에서 한 분이 최규석 작가의 이 작품을 강력 추천 해주셔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에 중고 도서로 구입 해두었다. 그러던 중에 인터넷 서점을 구경하다 메인에 있던 『송곳』이라는 책을 클릭 했는데 동일 작가였던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만화 쪽에서는 이미 유명한 작가 분인 것 같았다. 그래서 드라마도 화제인 만큼 최규석 작가의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던 와중에 이번 독서 모임에서 작가를 선정하여 그 작가의 책 중 읽고 싶은 책을 각자 선택해서 읽어 오기로 했는데 이번에 선정된 작가 중 한명이 바로 최규석 작가였다. 이 책에서는 미술 입시 학원에서 다양한 계층의 아이들이 만나며 이루어지는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소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 속에는 학생들을 이용하는 어른들(학원 선생님도 예외는 아니다), 나름대로 실력은 있지만 집안 사정도 좋아 비교적 우월한 위치에 있는 아이, 실력이 좋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자신의 꿈과 싸워야 하는 아이 등 여러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로 현대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현실적으로 당면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것을 만화로 그림으로써 어둡고 심각하기 보다는 코믹함을 곁들여 누구나 거부감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작가는 후기에서 원래 계획은 더 짧았지만 내용이 이것저것 넣다보니 분량이 늘어나게 됐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이것도 분량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짧은 단편임에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확실히 전달 됐다고 보이지만 너무 짧게 끝나버린 데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처음에 낯선 그림체와 채색이 적잖게 당황스러워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후기를 보니 이 짧은 작품을 탄생시키기까지 작가의 고통이 역시 결코 쉽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다루는 작가지만 내용이 어렵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습지생태보고서 대한민국 원주민 등으로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화가로 우뚝 선 최규석이 오랜 준비 끝에 내놓은 울기엔 좀 애매한 은 그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가르는 책이다. 애매하게 가난한 차상위 계층의 주인공들이 만화가가 되기 위해 미술학원을 다니며 겪는 소소하고 애매한 고통을 다룬 이 책은 작가 자신이 2, 30대 미술학원에서 입시 만화를 가르치며 목격한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우울한 현실이 담겨 있다. 이름만 그럴싸하지 못생기고 가난한, 자타가 공인하는 불가촉 루저 강원빈, 좋은 대학에 붙고도 입학금을 마련 못해 재수를 하고 있는 어떻게든 되겠지 류은수, 학생들한테 서슴없이 독설을 퍼붓지만 실은 찌질한 인생들에 더 애정을 갖는 미술강사 정태섭. 세 사람이 자학과 개그로 풀어놓는 일상의 고단함은 처음엔 독자를 웃게 하지만 웃음 뒤엔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포트폴리오를 강사한테 부탁해 대학 수시에 붙은 친구를 보고 돈도 재능 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주인공 원빈의 처지에 독자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체감하며 공감할 수밖에 없다. 위선으로 똘똘 뭉친 386 지식인으로 나오는 헌책방 주인, 미술 교육보다는 자기 잇속만 챙기는 학원 원장과 학원 강사 등 작가가 천착해온 부조리한 사회와 개인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은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작가는 어른이 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어른도 별 힘이 없으며 그저 세월만 흐르면 되는 게 어른이란 사실에 절망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금 청소년들에 대한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죄책감을 통감한다. 작가는 말한다, 이 책이 독자들의 정신이 번쩍 들게 울분을 토하거나, 학생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작품이면 어땠을까 싶지만 자신이 목격한 모습들을 최대한 그 온도 그대로 담고자 했다고. 작가는 대한민국 청소년이 처한 ‘울기엔 좀 애매한’ 상황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목 놓아 울만큼 극단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엇 때문에 슬픈지 모를 만큼 복합적이기 때문에 애매하다는 것을. 훨씬 더 부드러워지고 깊어진 펜선과 세련된 색감의 수채 만화가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본문 뒤에 들어간 작업 노트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 최규석의 열정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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