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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는 우리에게 형식에 따라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라는 표현으로 영원을 맹세케 했는데, 이 죽음 이란 대체 누구의 죽음을 의미하는가?(……중략)우리를 갈라놓은 것은 우리 둘 이외의 사람을 덮친 죽음이었다. 그런 게 우리를 갈라놓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을 터였다. 적어도 목사의 물음에 순종적인 기계처럼 대답했던 그때, 우리는 그런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p.18~19스트립 댄서 "미미 로이"로 살았던 나미코는 자신에게 반한 손님 스기히코와 결혼하게 됐다. 알고 보니 그는 재계에서 유명한 회사의 후계자였던 터라 남편의 집안에서는 나미코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구도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부모가 없던 나미코는 같은 클럽의 친구 에다와 몇몇 사람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시아버지가 살고 있는 저택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몇 달이 지난 후, 남편의 누나 부부가 처음으로 나미코를 만나러 온 날 새벽, 별채에서 홀로 기거하는 시아버지가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고 사망한다. 사라진 귀중품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날 집에 있던 가족들이 용의자가 된다.소설의 시작은 시아버지를 죽인 스기히코를 면회 간 나미코의 모습이었다. 남편의 눈을 보며 살인을 저질렀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나미코는 진범이 누군지 증거를 잡았다며, 사형 선고가 내려진 그를 구해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후 나미코는 에다에게 소개받은 세이케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사건을 담당했던 오가타 경위를 만나 이전과는 다른 진술을 하는 듯했다.진술을 하는 현재 사이사이에 나미코와 스기히코의 첫 만남과 결혼하기까지의 과정, 낯선 곳에서 시작한 결혼생활과 사건 당일까지의 회상이 번갈아가며 등장했다."이 집엔 몇 년째 근속 하는 사람이 아주 많거든요. 가정부도, 운전사도, 의사 선생님도, 드나드는 상인들도. 다들 이 집 사람 이상으로 이 집을 알더군요. 이 집 부엌 기둥에 못이 몇 개 박혀 있는지 여태 모르는 사람은 저뿐이랍니다." p.104"나한테는 이 집안을 물려받은 권리가 있으니까. 회사도 그렇지. 난 차를 몰고 다니고 갖고 싶은 걸 마음껏 살 수 있는 생활이 좋다고. 날 내쫓으려고 들면 아버지를 죽이고 말겠어." p.124결혼 전에 스기히코가 개차반 도련님이었고,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듯 지금도 그다지 바람직한 남편,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집에 돈이 많았기 때문에 결혼도 하고 아버지 집에 얹혀살 수 있었다.이런 별 볼일 없는 남자와 결혼한 나미코는 스트립 댄서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시아버지와 시누이를 비롯해 집에서 오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은근히 무시를 당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꿋꿋하게 버티고 나름 잘 지내보려고 노력했다. 사건이 일어난 새벽 전까진 말이다.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전개였다. 이미 사형 선고가 내려진 판결을 뒤집을 증거가 과연 있을지 좀 의아했다. 그리고 진짜 범인의 정체가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았기에 누군지 궁금했다. 그런데 11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게 뭔가 싶었다. 내가 앞서 읽은 내용을 잘못 이해한 건지 헷갈렸고, 놓친 부분이 있었나 생각하기도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없었다.이상하다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읽다 보니 어느 순간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잘못된 건 하나도 없었고, 읽는 내 생각이 문제였다고 볼 수 있었다. 어떤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을 작가의 글을 통해 보이는 대로 읽고 판단하기 때문에 진실보다는 내가 멋대로 생각하고 결정 내린 것에 의존해 책을 읽어나가고 있었으니 반전 아닌 반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오래전 읽은 어떤 일본 소설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 소설을 읽을 때도 상상하는 대로 머릿속을 의지해 읽어가다가 결말에 뒤통수를 세게 맞아서 멍해졌던 기억이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났다.스릴러 소설에서 반전이라는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나 의외의 범인이 밝혀졌을 때가 대부분일 테지만, 이 소설처럼 읽는 사람의 생각이나 판단이 반전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잘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2009년, 일본 추리소설계에 소동이 일었다. 46년 만에 복간된 변호 측 증인 이 입소문만으로 출간되자마자 10만 부가 팔리더니 이내 20만 부를 돌파한 것이다. 1963년 첫 출간된 이래 미스터리 소설 올드팬 사이에서 ‘환상의 걸작’, ‘전설의 명작’으로 알려져 있던 이 작품은, 2011년 나오키 상을 수상하며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미치오 슈스케의 진정성 어린 작품 해설이 덧붙여져 복간과 동시에 날개를 단 것이다.
어쩌면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르는 변호 측 증인 은 사족이 될 만한 심리묘사나 복잡한 배경을 과감히 삭제하여 독자에게 직구를 날리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일견 단순하기도 한 전개를 담담한 필체로 풀어낸 이 작품은 종반에 일어나는 역전극을 향해 일관되게 질주한다. 그리고 특별한 의미가 없어 보였던 기술(記述)이 독자를 진범에게로 이끌거나 혹은 사건의 진상에서 멀어지게 하는 장치였음을 독자는 책을 덮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대담하고도 세심한 장치에 작가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놀라울 따름이며, 2009년 복간 시 반드시 두 번 이상 읽게 될 것이다 라는 평단의 찬사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 놀라운 트릭은 외유내강한 여주인공쳀 만들어내는 드라마와 독자의 상상력이 없다면 결코 성립되지 못하며, 이는 변호 측 증인 이 많은 작가와 평론가, 독자에 의해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유이다.
서장
제1장 신랑
제2장 내 편과 나
제3장 타인
제4장 ‘검은 소’와 나
제5장 아기
제6장 산들바람과 나
제7장 시체
제8장 악몽과 나
제9장 용의자
제10장 우문과 나
제11장 증인
종장
작품 해설 미치오 슈스케(道尾秀介),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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