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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의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는 나로서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참여하겠다는 나름의 건전한 마음으로 구입을 한 책이다. 책을 선택할 때는 저자의 글과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신뢰도 작용했다. 또한 기성세대로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그들에 대한 격려에 동참하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 동기에서 구입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겠다.
첫째, 책을 받았을 때는 약간은 실망을 했다.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는 제목이나 ‘정치 사랑 외에 탈출구는 없다’라는 부제에서 화끈하고 저돌적인 글을 가득 담은 담론을 기대했다. 그러나 작고 얄팍한(본문은 202쪽)에서 2%가 아니라 10%는 부족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소설이건 에세이건 대부분의 책들이 3~4백 쪽 내외인 것이 추세인데, 이건 뭐 시집도 아니고 너무 가볍지 않나 싶었다.
둘째, 표지의 색상에서 어떤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책이라면 정열을 나타내는 붉은색이나, 희망을 나타내는 푸른색을 써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담담하게 검은색을 썼어도 좋을 것이다. 하필이면 보라색이라니……?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에도 표현되지 않았던가? 보라색은 죽음을 상징한다고……. 저승사자의 입술이나 마스카라도 보라색 계통인 듯하다. 정당으로 쳐들어가서 죽으라는 의미일까
책의 내용과 상관없는 표지의 색깔을 갖고 시비를 거는 이유는 책을 읽는 내내 답답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나 IMF 때는 모두가 함께 고생하면서 잘 살아보자는 희망이나 품지 않았던가? 유신 독재치하에서는 그래도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열기라도 지닐 수 있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고, 여기저기서 조여 대는 기득권과 노년층의 압력에 짓눌리고 있는 그들의 현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나야 세대로는 확실한 노년층이고, 어쩌면 기득권층에 가까이 있는지 모르지만……, 청년들이 누구인가? 내 아들이고 딸이고, 자녀들의 벗들이 아닌가?
사실 나도 기득권층은 아니다. 다만 일자리가 없고, 앞날의 희망을 찾기 힘든 청년세대에 비하면 그래도 정규직의 직장생활을 마쳤으니 기득권층이 아닌가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뿐이다. 내 아들딸들은 청년세대의 힘겨움을 함께 느끼고 있으니, 이런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를 한 나도 죄인인지 모르겠다.
마지막까지 읽었어도 명확한 희망은 보이지 않는 듯하니 한숨이 나온다. 그래서 표지의 색깔이 보라색이었던 것일까
셋째, 청년들이 현실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는 청년들에게 화염병을 들라고 선동하지도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개천의 용이 되라고 채찍질을 하지도 않는다. 정당으로 쳐들어가라는 것은 최소한 자신의 의사를 투표로라도 표현하라고 한다.
주민이 몇 백명에 불과한 깊은 산골에 가도 경로당이나 노인회관이 있지만, 수천수만 명이 살고 있는 꽤 큰 지역이라도 청소년 회관은 얼마나 있는가? 노인들이 현수막을 들면 정치권이 벌벌 떨지만, 청년들이 화염병을 들어도 눈도 꿈쩍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투표율이다. 90%내외의 투표율을 자랑하는 노인들의 발언은 국회나 지자체 지망자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압력이지만 50% 남짓한 젊은이들은 거의 변수가 되지 않는다. 이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반값 등록금 쟁취는 각 대학마다 투표소가 설치되고 대학생 투표율이 노인층에 육박하면 바로 해결되리라고 생각한다. 여야 어느 쪽을 지지해도 관계없다. 투표에 참가하는 자체만으로도 자신과 같은 세대의 복지가 증진되고 권리가 신장되는데 기여하는 것이 된다.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 가라’라는 표제를 이렇게 바꿨으면 좋겠다. ‘청년이여, 투표소로 쳐들어가라!’노인들은 입원한 몸이라도 휠체어에 앉아서라도 투표소로 간다. 그렇게 고생할 것이 무엇인가? 손가락만 조금 움직여서 부재자 투표라도 하라!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튼 국가로부터 받을 것은 거의 받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세대,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청년 세대에 미안한 마음을 잊지 않겠다. 내가 살아있는 그날까지 나의 한 표는 젊은이들을 생각하는 사람이나 정당에 던지겠다고…….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사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가슴이 뛰면서도 머리는 복잡했고, 잘 이해가 안 될 때는 앞장으로 넘어가서 다시 읽기도 했다. 재미있는 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청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미래를 위한 책이 아닌가? 청년기가 지난 사람도 함께 읽었으면 더 좋겠다. 우리 아들딸들의 현실을 담은 책이기 때문이다.
‘정치 혐오’를 가르치는 기성세대의 집단 사기극
‘20대 개새끼론.’ 청년들의 낮은 투표율에 대해 일각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기성세대는 평소엔 정치를 천하의 몹쓸 것으로 가르치면서, 선거 때만 되면 청년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고 나서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청년들의 낮은 투표율을 개탄한다. 기성세대의 이러한 집단 사기극에 대해 강준만 교수가 돌직구를 던졌다. ‘밥상머리 교육’부터 ‘학교 교육’, ‘사회 교육’은 물론 ‘제도권 정치 영역’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은 원초적으로 정치를 혐오할 수밖에 없다는 게 강준만 교수의 지적이다.
청년이 되기 오래전부터 부모들은 자녀에게 ‘정치 이야기는 피하라’, ‘대학에 들어가서도 사회 운동은 절대 하지 마라’고 가르친다. 학교 교육은 어떤가. ‘정당의 구조’나 ‘대통령의 임기’ 등 암기용 지식들만이 성찬을 이룰 뿐, 현행 정치 문제에 대해선 그 어떤 ‘분석’과 ‘상상력’도 가르치지 않는다. 사회에서 정치 담론을 보자. 이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대학입시, 빈부격차, 재벌문제, 지방문제, 남북문제 등 중요한 사회 이슈에 대해선 90퍼센트 이상 생각이 같으면서도 정치에 대해선 대화가 안 될 뿐만 아니라, 아예 대화 자체를 피해버린다고 말한다. ‘제도권 정치 영역’은 어떤가. 강준만 교수는 기성 정치인들이 정치에 침을 퉤퉤 뱉어 시민들이 침범하지 못하게끔 정치를 독식하는 음모와 농간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정치인들은 선거 때가 되어서야 ‘청년 정치인’의 육성과 필요성을 강조한다며 청년들이 늙은 정당의 주름살을 가려주는 비비크림이냐 고 직격탄을 날린다. 가정과 학교, 사회, 정치권 등 모든 영역에서 전방위적으로 정치를 쓰레기 취급하면서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과 낮은 투표율을 비판한다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인가?
기성세대의 위선과 모순에 일격을 가한 강준만 교수는 청년들에게 ‘정당으로 쳐들어가라’고 권유한다. 그 선행 조건으로 ‘정치 사랑’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강준만 교수의 ‘정당 권유론’은 청년들이 지금 당장 정당원이 되라는 뜻이 아니다. 현 단계에선 정치를 사랑하는 것으로 족하며, 그리할 경우 나머지 일은 저절로 풀린다고 말한다. ‘슬랙티비즘’이나 ‘약한 연결의 힘’에 기대를 걸고, 생활정치를 전업으로 할 대표 선수들에게 작은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는 행동이 뒤따를 것이라고 희망한다. 요컨대, 이제까지는 정치를 ‘너희의 것’으로 간주해왔다면, 이제부턴 정치를 ‘우리의 것’으로 새롭게 보는 ‘관점 혁명’부터 시작해보자는 뜻이다. 한 방에 모든 걸 해결하려는 한탕주의와 성급함을 버리고 서서히, 천천히, 올바른 방향부터 잡아가는 ‘느림의 이점’을 살리자고 역설한다.
머리말 왜 12년 전 정당으로 쳐들어가자! 는 실패했는가? _ 5
제1장 정치에 침을 퉤퉤 뱉어놓고 독식하려는 사람들
김난도와 혜민은 ‘멘토 사기꾼들’인가? _ 19 수많은 잉여가 아귀다툼을 하는 ‘잉여사회’ _ 23 어떻게 정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_ 26 ‘성찰 없는 괴물이 되어버린 진보’ _ 30 정치적 ‘빠’들의 열정적 증오가 진보를 죽인다 _ 35 ‘내부 비판’을 ‘부역질’로 보는 ‘네거티브 만능론’ _ 38
제2장 ‘바리케이드와 짱돌’에 중독된 진보좌파
‘노인을 위한, 노인에 의한, 노인의 정치’ _ 45 ‘세대전쟁’은 보수의 음모인가? _ 49 왜 우석훈은 88만원 세대 의 절판을 선언했는가? _ 54 왜 ‘세대’와 ‘계급’을 흑백 이분법으로만 보는가? _ 58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 _ 64
제3장 청년은 진보와의 결별도 불사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신파극에 놀아나는 야당 _ 73 진보는 보수를 위한 자원봉사에 나섰는가? _ 78 왜 진보는 자기 존재증명에 정치적 역량을 탕진하는가? _ 81 당신 80년대에 뭐 했어? _ 85 이데올로기 없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_ 88 왜 진보는 실질을 배척하는가? _ 92 노회찬·심상정은 스타가 됐지만, 진보정당은 어떻게 됐는가? _ 95
제4장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 라는 ‘한탕주의’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한탕주의 이벤트 쇼 _ 101 왜 정당과 정치인을 메르스처럼 대하는가? _ 105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야 한다 _ 110 청년 세대가 ‘작은 승리’의 경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_ 113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귀납적 개혁 _ 118 청년이 늙은 정당의 주름살을 가려주는 비비크림 인가? _ 122 청년을 위장용 액세서리나 소모품으로 쓰는 기성 정치권 _ 125
제5장 왜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는 ‘불온서적’이 되었는가?
청년 실업의 근본 문제는 ‘눈높이’에 있는가? _ 133 배고파도 공정하면 인내할 수 있다 _ 135 왜 높은 대학 진학률이 사회적 비극을 가져오는가? _ 138 한국의 이데올로기 전선은 좌우가 아니라 학벌이다 _ 142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_ 146 ‘내부 식민지’의 기묘한 자학과 자해 _ 149 세상이 두려운 아이들이 꿈을 작게 가질까봐 두렵다 _ 152 한국인을 지배하는 한과 공포와 모멸 _ 156
제6장 ‘밥상머리’ 세뇌 교육과 ‘박원순 모델’을 넘어서자
불륜과 스와핑을 하는 사람들도 결집하는 세상인데 _ 165 정치를 혐오하게 만든 ‘밥상머리’ 세뇌 교육 _ 167 지자체의 그 넓은 공간부터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자 _ 172 청년들의 공간적 파편화를 넘어서야 한다 _ 177 ‘박원순 모델’의 잔재를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_ 181
맺는말 뱀의 지혜와 비둘기의 순진성 으로 전진하자 _ 186
주 _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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