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 서점가를 강타했던 끌림 (2005). 다소 식상하지만 이보다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수많은 청춘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사랑에 빠지게 하고, 어디론가 떠나지 못해 몸살이 나게 했던, 바로 그 끌림 이 출간된 지 올해로 어느덧 10주년을 맞는다. 이후 출간된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2012)를 함께 기억할 것이다. 작가는 그 사이 더 부지런히 걸었고, 더 오래 헤매고, 결국은 더 깊게 사랑하였으므로, 더 진하게 웅숭깊어졌다. 2015년 여름, 끌림 이 출간된 지 정확하게 10년이 되는 날, 세번째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 (2015)을 출간한다. ‘여행산문집’이라고 하지만 일련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사람에 대한 애정이 먼저다. 끌림 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가 주로 전 세계 100여 개국을 종횡무진 다니며 이국적인 풍경을 담아냈다면, 이번에는 그 국내편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게 다닌 곳이 서울 경기 충청 강원 경상 전라 제주. 그야말로 전국 8도를 넘나들고 있으며, 산이고 바다고, 섬이고 육지고 할 것 없다. 금발의 아리따운 연인이 키스하는 장면을 포착한 대신, 허름한 시장통에 삼삼오오 모여 국수를 먹거나 작은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들꽃들, 어느 시골 골목길에 목줄 없이 뛰어다니는 똥강아지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고개만 돌리면 만날 수 있는 주위의 풍경들, 그리고 평범하지만 그 안에 뭔가를 가득 담은 사람들의 표정이 무심한 듯 다정하게 담겨 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끌림....

네 번째 만난 이병률 작가의 책이다.

전작들에서 겨울아침 내음이 났다면 이 책은, 글쎄....

가을 같다.

아직은 울긋불긋 단풍도 남아 있고, 어딘가 한가로이 길을 나서면 좋을 것 같은 여유로움.

처음 몇장을 읽으며, 조금 갸웃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훌쩍 길을 떠나고, 누군가를 만나고, 오래도록 그리워하는 저자의 글에 나 역시 자박자박 따라 걷기 시작한다.

유독 ‘여행’에 대한 글이 눈길을 끄는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사랑도 여행도 하고 나면 서투르게나마 내가 누구인지 보인다는 것이다.

여행은 인생에 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 하지.

알고 있겠지만, 여행은 사람을 혼자이게 해.

자기 인생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갖는 것, 그건 여행이 사람을 자라게 하기 때문이야.

걷지 않고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야.

보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여행을 떠나더라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상태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획득할 수 없게 돼.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는다.

며칠 전 글을 쓰면서 가을 탓을 했는데(정작 ‘가을’은 얼마나 억울할까?), 딱히 이유를 모르겠으니 그저 다시 한번 가을 탓을 해 볼 뿐이다.

*나에게 적용하기예쁜 수첩을 하나 사서 하루에 하나씩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보자(적용기한 : 12월 31일까지)*결국 예쁜 수첩을 또 하나 사겠다는 이야기이다 : )*60일 동안이나 좋아하는 것들을 적을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그리 많을까?잘 사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면 작은 수첩 하나를 구해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채워나가면 됩니다.

 - 본문 중에서*기억에 남는 문장나에게는, 그럴 만한 그 무엇이 과연 있는가 하는 나직한 물음이 가슴께에 밀려왔다.

온 마음으로 지키고픈 무엇이, 몇몇 날을 길바닥에 누워서라도 안 되는 것은 왜 안 되는 것이냐고 울고불고 대들 그 무엇이 가슴 한쪽에 맺혀 있는 것인지.

단풍이 말이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물들어가는 속도가 사람이 걷는 속도하고 똑같단다.

낮밤으로 사람이 걸어 도착하는 속도와 단풍이 남쪽으로 물들어 내려가는 속도가 일치한단다.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무엇으로 얼굴이 붉어졌습니까.

그런데도 그 좋아했던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당신은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지요.

문자를 보니 우리가 이렇게 멀리 있구나 싶은 것이, 새삼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고 했던 것이 이토록 저릿한 일이구나 싶기도 했다.

같은 상황이라 해도 봄에 보는 것과 가을에 보는 것은 다르다.

봄에 봐서 아련하다라고 반응하는 것을, 가을에 볼 때는 보고 싶다라고 중얼거리게도 한다....

(중략)....

봄에 가슴 뭉글뭉글해지는 것이 가을에는 뭉클뭉클해지지 않는가 말이다.

참, 거짓말 같은 시간이었다.

참, 거짓말 같은 시간이어서 그토록 환했다.

사람들이 이해하는 방식이란 건 자신이 살아온 범위 안에서지.

자신이 고개 끄덕이고 싶은 방향대로일 걸세.

“....

한꺼번에 다 잊으려고 하지 말라고.

그러기엔 힘이 든다고.

힘이 들면 살 수가 없는 거라고.

”세상은 보기 나름이고 그 나름이 사람을 형성한다.

일 년에 네 번 바뀌는 계절뿐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저마다 계절이 도착하고 계절이 떠나기도 한다.

나에게는 가을이 왔는데 당신은 봄을 벗어나는 중일 수도 있다.

나는 이제 사랑이 시작됐는데 당신은 이미 사랑을 끝내버린 것처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