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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력이 특이하다. 이게 특이해서 작가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권투선수로 살면서 형이 그리는 만화에 도움을 주다가 권투를 그만두고 자신이 만화가가 되고 만 사연. 그 만화의 주인공을 억지로 기르게 된 고양이로 삼은 사연. 자연스럽지 않은 순간들을 자연스러운 인연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또한 남다른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아도 좋겠다. 나는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다. 고양이를 유달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보고 있는 것만 좋아한다. 만질 줄도 모르고 만지고 싶은 것도 아니고. 고양이가 움직이거나 표정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귀엽고 신기하구나 하는 정도다. 딱 이런 만화를 보고 있으면 괜찮은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언젠가부터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들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일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기르던 사람들이야 예전부터 많이 있었겠지만 그들을 소재로 삼은 작품을 많이 보게 되었다는 뜻이다. 반려동식물도 사회적 약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자신보다 약한 생명체에 대한 태도가 그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나타낸다고 하는 말까지. 나는 끄덕이며 읽었다. 당연히 육식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하는 말이고.   고양이든 개든 꽃이든 나무든 사람이 아닌 생명체와 교감하는 글이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무조건 마음은 편해진다. 적어도 사람을 속이거나 사람을 위협하거나 사람을 죽이려는 의도에서는 벗어나 있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사람에 대한 실망과 미움이 솟고 만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도 하는데 요즘 보는 어떤 사람들은 풀보다 곤충보다 못하다 싶어서 나는 좀처럼 두통을 이길 수가 없다. 불러도 오지 않는 고양이가 훨씬 낫다.   

고양이 따위는 내게 골칫거리일 뿐 빌어먹을, 왜 고양이 같은 걸 좋아하게 됐지! 만화가 형을 따라 들어온 두 마리의 고양이 레오와 꼬미, 챔피언을 꿈꾸는 28세 복서 용태는 고양이라면 질색이다. 질색했던 고양이와의 동거 시작 이후 서서히 그들을 받아들이게 되던 어느 날 이들 셋의 보호자이자 돈줄이었던 형이 고향으로 떠나 버리고 그즈음 부상으로 더 이상 권투를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용태는 고양이들과 함께 버려진 신세가 된다. 형이 남기고 간 돈도 다 떨어져 가고 챔피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용태는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틈틈이 형이 만화 그리는 것을 도와 왔지만 막상 만화가가 되는 길은 어렵기만 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두 마리의 고양이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 용태는 알콩달콩 고양이들과 동거하는 즐거움에 빠져 이제 고양이 레오와 꼬미 없이는 못 산다. 이런 용태의 사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레오와 꼬미의 일상은 그저 도도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레오는 고양이 보스 싸움에서 상처를 입고 세상을 떠난다.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고양이의 특성상 수컷도 중성화 수술을 해 주어야 했지만 챔피언의 꿈을 저버려야 했던 자신의 상황과 닮은 것 같아 용태는 레오를 그냥 놔두었던 것이다. 용태는 결국 자신의 선택이 레오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레오가 죽은 뒤 그는 고양이들과의 생활,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보기로 한다. 매번 공모전에서 떨어져서 막막해 하던 중 마침내 그는 레오와 꼬미 이야기로 상을 받게 되고, 만화가가 되어 연재에 들어가게 된다. 레오의 위패 앞에서 그는 말한다. 레오야, 너 덕분에 꼬미랑 내가 먹고 산다.

1장 형이 떠나다│2장 우리 집에 고양이가 생겼다│3장 나는 복서│4장 산산이 부서진 꿈│5장 너희와 함께 살면│6장 꼬미, 사랑에 빠지다│7장 레오, 싸우다│8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9장 상처투성이 레오, 보스가 되다│10장 도전의 끝│11장 언제나 함께│1권을 마치며_레오와 꼬미와 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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