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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부커상을 수상하기도 한 조지 손더스는 미국 단편문학의 귀재라고 불리는 작가이다.처음 알게 된 작가라서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조지 손더스의 < 바르도의 링컨 > 을 읽고 싶었다.내용이 흥미로워서 재밌을 것 같았는데, 중간에 읽다가 때려치웠다는 독자들이 많아서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하고 우선 맛보기로 < 프립 마을의 몹시 집요한 개퍼들 > 을 읽어보기로 했다.단편문학으로 유명한 작가이니 그의 능력을 알아보기에 충분하겠지 란 거만한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읽고 나니 괜히 단편문학의 귀재라고 하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깨달음을 마음 깊이 얻을 수 있었다. 개펄은 아는데, 개퍼는 뭘까?개퍼는 감자 눈처럼 여러 개의 눈이 달린 오렌지 빛깔의 야구공 크기의 생명체이다.개퍼는 사랑꾼이라서 사랑 표현에 아주 솔직한데, 문제는 상대의 의사에 관계없이 오로지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다는 것이다.개퍼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염소만 보면 기쁨에 가득 찬 소리를 지르며 염소들에게 달라붙는데 문제는 염소들은 그들의 사랑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개퍼들 때문에 괴로워서 비쩍 말라버리는 염소들을 지키기 위해 마을의 아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염소의 몸에서 개퍼를 떼어다가 바다에 버려야만 했다.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개퍼는 그 바닷속에서 나와서 다시 염소들에게 찾아가 달라붙고, 다시 그 개퍼를 솔로 떼어내야 하는 아이들은 늘 피곤에 지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수 밖에 없었다.사랑이라는 감정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그런 일들이 현실 세계에서도 비일비재한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무리 숭고할 지라도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그것은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개퍼와 염소를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바닷가 마을의 끝에 있는 세 집을 방문하던 개퍼들 중 약간 똑똑했던 개퍼 하나가 찾아가기 쉽도록 바닷가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집에 갈 것을 제안한다.세 집을 나누어 가던 개퍼들은 이제 다 같이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케이퍼블이라는 소녀의 집에만 가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어머니를 잃고 아버지하고 살고 있던 케이퍼블은 자기 집으로 몰려오는 개퍼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얘야,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청하거라, 너는 혼자가 아니야 . ’ 어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린 케이퍼플은 옆집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개퍼들을 보면서 내 생각, 내 감정만을 강요하는 자신 밖에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자신의 이득을 위해 외면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사람은 혼자 살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그 사실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도움을 청할 곳도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아는 케이퍼플의 모습에서 현명함과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솔직히 나라면 케이퍼플처럼 하지 못했을 텐데, 타인의 잘못을 용서할 줄 아는 그녀의 관대함을 나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과연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아이들이 읽는 동화라고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동화책이었다.읽는 이들에게 교훈을 주지만 이런 교훈을 얻어야 하고, 이런 점을 느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책의 내용과 어울리는 일러스트도 매력적이었다.에세이도 좋고 철학 서적들을 읽어도 좋지만, 가끔 이런 동화를 읽다보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동화책이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라운 이야기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움으로 가득합니다. 이야기는 새롭고 독특하지요. ‘개퍼’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생물입니다. 야구공만 한 크기에, 오렌지빛 몸에, 여러 개의 눈이 달린, 좋아하는 한 가지에 집요하게 달라붙어 기쁨에 찬 비명을 질러 대지요. 염소 한 마리에 수백 마리 개퍼들이 달라붙어 비명을 질러 대는 광경을 상상해 보세요. 아이들은 개퍼를 보며 더 많은 것을 상상하고 새로운 것을 꿈꿀 수 있습니다. 오로지 상상력의 산물인 개퍼를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 또한 쑥쑥 자라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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