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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오후였다. 점심을 먹고 오후 업무를 시작하며 책상위에 놓인 커피 한 잔, 어질러진 서류 더미를 정리하면서 하나하나 처리하는 익숙한 장면. 잠시 후 뭔가 이상했다. 진동이 시작되더니 울림이 점점 더 거세졌고, 평온하던 사무실은 충격으로 뒤덮였다. 온 땅과 건물이 동시에 아래위로 흔들리더니 천장에서 무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외침에 책상 아래로 대피했다가 계단을 통해 건물 밖으로 이동했다. 내 평생 잊지 못할 지진이 일어나던 날.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경험이지만 이로 인해 내 생활은 조금쯤은 그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의미를 두는 것에 집착한다. 어떤 이는 화분을, 어떤 이는 수석을, 또 다른 이는 다른 물건들을 모으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계속해서 그 행위를 반복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모아놓고 자랑하던 이들은 지진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자연과 신 앞에 인간이란 존재는 너무도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란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좀 더 소박하고 간소하게 라는 미니멀 라이프라는 결론이었다. 책을 읽고 카페를 가입하고 올해의 목표를 미니멀 라이프로 정하고 실천해 나갔다. 이 책은 환경에 관한 책이긴 하지만 그 또한 나의 미니멀 라이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이었다. 지구상에 사는 수많은 동식물들, 함께 지구의 주인이라 믿고 있는데 유독 우리 인간들만은 왜 이렇게 많은 것을 누리려고 욕심을 부리고 도리어 이 지구를 망치는 것인가의 고민.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조금씩 노력한다고 이 상황이 개선될까 라는 회의는 나에게 늘 반복되는 의문이었다. 이 책의 서두에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저자는 세상의 모든 변화는 작은 하나에서 시작된다고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뀌고 변화의 시작은 바로 나다. 라는 말로 그 의문에 답을 준다. 과연 그럴까? 책의 처음을 여는 플라스틱 이야기는 나의 죄책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언젠가부터 점심을 먹고 마시는 커피 한잔의 일회용 컵을 버릴 때마다 나란 인간이 지구에 던지는 쓰레기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 죄책감에 고통스럽다. 왜 화장품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갈까에 물음이나 우리 때문에 고통 받는 동물의 이야기는 차라리 외면하고 싶지만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다행히 법이 개정되어 커피숍에서는 일회용 컵을 쓸 수 없는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되리란 희망을 걸어보면서 먼지가 쌓여있던 텀블러를 깨끗이 씻어 놓는 것으로 미안함을 덜어보리라 다짐한다. 덜 소유하고 더 잘 사는 법은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와 맥을 같이 한다. 물건을 고를 때는 꼭 필요한 것인지 신중히 고민하고, 기존의 물건과 동일한 물건을 중복에서 쌓아두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 오래된 물건 사용하기, 업사이클 이용하기, 더 나아가 공유의 아이디어가 그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며 읽은 책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에서 주인공은 목욕탕의 온수기를 없앰으로 동네 목욕탕을 이용한다던지 책을 처분하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더 크게 소유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작은 영역 안에서의 소유보다 더 큰 관점의 소유로 더 잘 사는 법 이것이 바로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임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언급한 공유 주택이나 패시브 하우스는 이상적이긴 하나 내가 당장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므로 마음에만 남겨두기로 했다. 그러나 적어도 물건을 떠 매고 살지 않기로 마음먹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전기요금 줄이기 같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야 할 것 같다. 몇 달 뒤, 독립을 시작하는 나의 집에서는 소형세탁기와 미니 태양광 설치를 실천해 보려 한다. 대기전력 줄이기나 전력 소비 등급이 좋은 가전제품은 당연한 것일 테고, 빗물의 재활용도 시작해 봐야겠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시작을 그곳에서 시작하려 한다. 많은 것을 소유하는데 애쓰지 않는 삶, 적게 가지고도 잘 사는 것, 자원을 아끼고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여 지구에 조금이나마 해를 덜 끼치는 삶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우리의 선조들이 살아온 삶인데 너무 빨리 잊고 편리함만을 추구한 나와 우리의 현재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물건으로 꽉 찬 공간에서 만족감을 느끼기보다 여백의 공간을 더 큰 자긍심으로 채워보리라 생각한다. 그 같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립하고 내 스스로가 무엇이 가장 귀한 것인지 잘 아는 큰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잘 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되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연연하지 않고 더 큰 가치를 추구하고 나 혼자가 아닌 더불어 행복한 것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가능성이 열려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 본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 가장 나에게 눈길을 끄는 장면이 하나 있다. 게릴라 가드닝 처음 듣는 단어이다. 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우는 사람들! 가을이면 출퇴근길에 피어있던 코스모스나 봄이면 가끔 산책 가던 길옆으로 무리 지어 피어있는 들꽃의 무리.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연히 얻은 그림 같은 풍경에 행복해지곤 했는데, 게릴라 가드닝이 그런 종류의 선한 싸움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자주 지나는 길가에 꽃씨를 뿌리면서 다니면 제철에 그들이 정직하게 피어나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렇게 신나는 일이 있을 수 있구나. 올 해가 가기 전 꼭 한 번 자주 다니는 산책길에 꽃씨 봉투를 들고 아무도 모르는 그 작전을 펼쳐봐야겠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그 길을 걸을 때 내가 좋아하는 꽃들이 피어나 나를 반기고 지나가는 낯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면 그들은 모르겠지만 내 가슴은 부풀어 올라 흐뭇함으로 입 꼬리가 실룩일 것이다.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꼭 해야 하지만 현실은 어둡고 의무감으로 마음이 무거울 것이라 생각했던 환경 도서인데, 의외로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단계별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소소하지만 방대하게 적혀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돈을 모으고 어학 실력을 키우는 것처럼 나의 환경 실천 지수도 한 등급 한 등급씩 높아질 수 있다면 지구에 덜 미안한 동반자적인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의 씨앗을 키워본다. 미니멀 라이프와 친환경적인 삶을 조화롭게 이루어가면서 후회하지 않은 아름답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동참해 주길. 그런 날이 온다면 세상이 바뀌는 변화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녹색 지구인을 위한 도시 사용설명서도시인의 24시간이 달라진다! 지구 전체 면적 중 전 세계의 도시가 차지하는 면적은 3%, 이곳에 인구의 50%가 집중되어 살고 있고, 자원의 75%가 소비된다. 도시 사람들은 폐기물의 75%를 만들어내고 서로 정을 나누던 이웃들은 층간소음을 일으키며 피해를 주는 존재로 변해버렸다. 도시가 내뿜는 탄소로 지구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도시인들의 어마어마한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 숲이 파괴되고 사라지는 바람에 매년 봄이면 황사와 미세먼지를 걱정하며 마스크를 챙기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 모든 일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도시에서도 자연에 가깝게, 단순 소박한 삶을 살며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고 이웃과 더불어 풍요롭게 사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된 책 ≪지구인의 도시 사용법≫에는 인간과 지구가 공존할 수 있는 도시에서의 삶, 그 대안의 사례들이 담겨 있다. 오랫동안 환경운동가로 활동해온 저자는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과 같은 책을 통해 일상 속 환경문제를 쉬운 언어로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큰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저자의 새 책 ≪지구인의 도시 사용법≫에는 일상 속 환경문제를 알리는 것은 물론 도시에서도 가능한 생태적인 삶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직접 발로 뛰어 찾아낸 결실을 담아냈다.

여는 글_ 도시에서 생태적인 삶이 가능할까요?

PART 01. 덜 소유하고 더 잘 사는 법
플라스틱 / 플라스틱은 전혀 분해되지 않았다
공정무역 / 설탕 한 봉지의 달콤한 힘
물건 이야기 /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한 물건인가?
+ 더 알아보기 물건의 재탄생, 업사이클
쇼핑 / 질주하는 쇼핑에 휴식을 권함
공유경제 / 공유, 어디까지 나눠봤니?
+ 더 알아보기 공유주택

PART 02. 에너지 소비자에서 에너지 생산자로
에너지독립 / 냉난방비 걱정 뚝! 패시브 하우스
+ 더 알아보기 원자력, 정말 안전할까?
에너지(전기) / 전기요금 줄이는 비법
+ 더 알아보기 전기의 여행
에너지(난방) / 내 몸의 적정온도는 몇 도인가?
햇빛 / 햇빛으로 가능한 모든 것
교통 / 어느 날, 자동차가 모두 사라졌다
+ 더 알아보기 새로운 교통시대가 열리는 중!

PART 03.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먹을거리 / 채소꾸러미, 도시와 농촌의 밥상공동체
빗물 / 비 오는 날은 부자 되는 날
텃밭 / 세상 어디에나 텃밭을 일굴 수 있다
게릴라 가드닝 / 게릴라 가드닝, 온 세상을 꽃으로 점령하라
+ 더 알아보기 도시열섬효과
지구 발명품 /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발명품
+ 더 알아보기 친환경 행사

PART 04. 인간과 지구의 공존 프로젝트
생물다양성 / 도시인의 행복과 생물다양성의 상관관계
나무 심기 / 미래의 울창한 숲을 상상하라
+ 더 알아보기 환경난민
공정여행 / 이젠 새로운 여행이 필요해
+ 더 알아보기 여행자 윤리
작은 키 / 내 몸은 지구 사이즈
환경영화제 / 1년을 기다려온 환경영화가 왔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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